휴머나이즈를 누르면 정말 사람 냄새가 날까

휴머나이즈 버튼의 약속은 단순하다. 퀀타이즈로 반듯해진 미디에 무작위 오차를 조금 뿌리면 기계가 사람이 된다는 것. 로직의 미디 트랜스폼에 있는 휴머나이즈가 실제로 하는 일이 그렇다. 노트의 위치와 세기, 길이에 난수를 더한다.
이 약속의 뿌리에는 믿음이 하나 있다. 그리드에서 벗어나면 사람답게 들린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을 청취 실험으로 시험한 연구가 두 개 있는데, 결과부터 적으면 그리드에서 벗어난 버전이 정확히 맞춘 버전을 평가에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부러 어긋나게 한 드럼은 점수가 깎였고, 프로 연주자의 어긋남조차 무승부에 그쳤다. 그렇다고 사람 냄새가 환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험이 깎아내린 것은 어긋남의 크기였고, 실험 스스로 남겨 둔 질문이 어긋남의 패턴이다. 글 끝까지 갈 결론을 미리 적으면 이렇다. 사람 냄새는 오차가 아니라 버릇에서 난다.
실험 1 — 일부러 어긋나게 한 드럼은 점수만 잃었다
프뤼아우프(Frühauf) 연구진은 2013년, 음대생 93명에게 단순한 록 드럼 패턴을 들려줬다. 하이햇은 8분음표로 그리드에 고정해 두고, 킥 또는 스네어의 마디당 두 타격만 그리드에서 15밀리초나 25밀리초씩 앞이나 뒤로 옮겼다. 이렇게 만든 여덟 버전과 완전히 퀀타이즈한 버전, 모두 아홉 버전이다. 참가자들은 각 버전의 그루브 품질 — 몸을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리듬의 질을 포함한 여러 문항 — 을 매겼다.
최고점은 어긋남 0, 그리드에 정확히 맞은 버전이었다. 어긋남이 커질수록 점수는 내려갔다. 감점되는 방식에도 규칙이 있었다. 같은 크기라도 앞으로 당긴 쪽이 뒤로 민 쪽보다 점수를 더 잃었고, 킥보다 스네어가 밀렸을 때 하락이 더 컸다. 듣는 귀는 어긋남을 뭉뚱그려 느끼지 않고, 어느 악기가 어느 방향으로 밀렸는지까지 가려서 반응한 셈이다.
실험 2 — 프로의 어긋남조차 가점은 아니었다
기계로 만든 시프트라 그랬을 수 있다. 그래서 젠(Senn) 연구진의 2016년 실험이 흥미롭다. 이번에는 진짜 연주였다. 프로 베이시스트와 드러머가 녹음한 펑크(100bpm)와 스윙(150bpm) 리듬 섹션에서, 원래 연주에 들어 있던 미세한 앞뒤 차이를, 노트 사이의 관계는 그대로 둔 채 통째로 늘렸다 줄였다 했다. 완전히 퀀타이즈한 −100%부터 원본(0%)을 지나 어긋남을 두 배로 과장한 +100%까지, 20% 간격이다. 음악 전문가 79명과 비전문가 81명이 참가해 각 버전의 그루브를 평가했다(한 명의 자료가 빠져 분석은 159명).
프로의 미세 타이밍을 그대로 살린 원본은 완전 퀀타이즈 버전과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무승부다. 어긋남을 원본보다 크게 과장할수록 전반적인 평가는 낮아졌다. 특히 거슬린다는 반응은 전문가에게서 +40%부터, 비전문가에게서는 +80%부터 뚜렷하게 늘었다. 이 설계에서는 펑크와 스윙의 차이도 검출되지 않았다.
두 실험을 겹치면 그림이 나온다. 일부러 어긋나게 하면 감점, 명연주의 어긋남은 본전, 그걸 과장하면 다시 감점. 어긋남 자체가 그루브에 가점을 준 구간은 없었다.
실험이 남겨 둔 단서 — 어긋남의 패턴
두 실험 모두 휴머나이즈 버튼의 난수를 직접 시험하지는 않았다. 하나는 규칙적인 인공 시프트였고, 하나는 연주자가 만든 어긋남을 관계를 보존한 채 키우고 줄인 것이며, 잰 것도 “사람처럼 들리는가”가 아니라 그루브다. 여기부터는 그 결과를 작업에 적용한 내 해석이다.
연주자의 진짜 어긋남조차 본전에 그친 평가라면, 방향도 관계도 없는 난수가 더 나은 점수를 받을 이유는 더욱 찾기 어렵다.
실험 재료가 드럼이었다는 점도 이 해석을 거든다. 지난 글에서 적었듯 파형이 시작되는 순간과 귀가 박으로 느끼는 순간은 꼭 같지 않고, 어택이 빠른 소리일수록 두 순간이 붙어 있다. 드럼처럼 어택이 빠른 재료에서는 그리드 정렬이 귀 정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그리드를 벗어나는 순간 귀 기준으로도 어긋난다. 거꾸로 어택이 느린 소리는 그리드보다 앞에 놓아야 귀에 맞는데, 그것도 정해진 방향으로 정해진 만큼 옮기는 보정이지 난수가 아니다.
그럼 스윙이나 레이드백처럼 대놓고 그리드를 벗어나는 스타일은 뭘까. 스윙은 연속된 8분음표를 길고 짧게 불균등하게 나누는 반복 관계다. 나누는 비율은 템포와 연주 맥락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긋나는 자리와 방향은 일정하다. 레이드백은 기준 박이나 함께 연주하는 상대보다 살짝 뒤에서 연주하는 감각이다. 어느 쪽이든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반복되는 관계지, 마디마다 새로 뽑는 난수와는 거리가 멀다. 젠 연구진도 논문의 한계 항목에 어긋남의 크기보다 패턴이 중요할 수 있다고 적어 뒀다.
오차는 매번 다르게 틀리고, 버릇은 매번 같은 방향으로 어긋난다. 휴머나이즈의 난수는 앞뒤 노트가 어떤 관계였는지 모른 채 뽑히니, 오차는 만들어도 버릇은 만들지 못한다.
기계 같다는 느낌, 먼저 볼 곳은 세기다
아래는 내 작업 요령이다. 찍은 미디가 기계 같을 때 밟는 순서.
- 벨로시티부터 본다. 노트를 얼마나 세게 칠지 정하는 값이다. 하이햇 열여섯 개가 전부 같은 세기로 박혀 있으면, 셈여림이 사라진 그 균일함 때문에 타이밍이 완벽해도 기계처럼 들린다. 여기도 난수 대신 패턴을 그린다. 강박은 세게, 여린박은 여리게, 프레이즈 끝은 살짝 눌러서. 손으로 그린 벨로시티 곡선 하나가 휴머나이즈 열 번보다 사람 같았다.
- 타이밍을 만질 거면 방향을 정해서 옮긴다. 스윙 노브를 쓰거나, 하이햇 트랙 하나를 통째로 몇 밀리초 뒤로 민다. 전부 같은 방향으로 같은 만큼. 마음에 안 들면 값 하나만 되돌리면 된다는 점에서도 난수보다 낫다.
- 실제 연주 녹음을 한 겹 얹는다. 겨우 들릴 만큼 얹은 룸 루프가 곡을 살렸던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그 루프의 “연주의 흔들림”에도 사람의 버릇이 밴 타이밍과 셈여림이 들어 있었다. 찍은 트랙을 흔드는 것보다 흔들림을 이미 가진 소리를 데려오는 쪽이 빠를 때가 많다.
휴머나이즈 버튼에도 남는 자리는 있다. 같은 샘플이 짧게 연타되는 자리의 복사-붙여넣기 티를 흐릴 때 세기 쪽 난수만 살짝 쓴다. 반복 티를 지우는 청소 도구로는 유용하다. 다만 그루브를 기대하고 누르지는 않는다.
버튼이 흉내 내는 것은 사람의 실수다. 그런데 귀가 사람으로 알아듣는 것은 버릇이다 — 두 실험을 겹쳐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난수는 매번 다르게 어긋나니, 정의상 버릇이 될 수 없다.
여백 — 사람 냄새나는 비트의 대명사인 제이 딜라(J Dilla)는 오랫동안 “퀀타이즈를 끄고 손맛으로 쳤다”라는 신화로 설명됐다. 전기 『Dilla Time』이 복원한 작업 방식은 그 신화보다 훨씬 계획적이다. 그는 때로 퀀타이즈를 끄고 손으로 쳤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트랙마다 스윙과 타임 시프트를 따로 걸어 킥과 스네어와 베이스의 시간축을 의도한 만큼 어긋나게 배치했다. 가장 취한 듯 들리는 비트가 실은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비트였다.
참고 — Music on the timing grid (Frühauf, Kopiez & Platz, Musicae Scientiae 2013), The Effect of Expert Performance Microtiming on Listeners’ Experience of Groove (Senn et al., Frontiers in Psycholog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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