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가 밋밋할 때 컴프레서보다 먼저 그릴 것, 볼륨 오토메이션

지금 작업 중인 곡의 볼륨 오토메이션 레인을 열어 보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이라면, 그 곡의 다이내믹스 절반은 손도 안 댄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절반은 컴프레서로는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쪽입니다.
이 절반이 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이내믹스라는 말이 서로 다른 두 규모를 한꺼번에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파트와 파트 사이의 크고 작음이 있고, 순간의 타격이 튀는 기복이 있습니다. 컴프레서의 주 무대는 뒤쪽입니다. 곡 전체가 밋밋하다, 4분 내내 같은 톤이다 싶으면 문제는 앞쪽입니다. 파트 단위의 볼륨 설계가 비어 있는 거고, 도구는 볼륨 오토메이션입니다. 벌스에서 잡은 밸런스를 코러스에서 다시 그리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다이내믹스는 두 규모입니다 — 매크로와 마이크로
전편에서 페이더 밸런스를 다뤘던 댄 워럴의 영상은 다이내믹스 대목에서 이 구분을 정면으로 세웁니다. 매크로 다이내믹스(macrodynamics)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셈여림이라 부르는 것, 그러니까 아주 여린 구간과 아주 센 구간의 차이입니다. 믹스에서 이걸 조절하는 주된 도구가 볼륨 오토메이션입니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microdynamics)는 소리의 순간 기복입니다.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믹스를 다이내믹하다고 말할 때는, 맥락에 따라 피크가 평균보다 많이 튄다는, 그러니까 순간의 타격이 도드라진다는 뜻일 수 있다고 워럴은 설명합니다. 이쪽의 주된 도구가 컴프레서입니다.
두 규모가 따로 논다는 게 핵심입니다. 워럴의 예가 정확합니다. 어쿠스틱 드럼 녹음은 타격의 피크가 커서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아주 큽니다. 그런데 드러머가 곡 내내 같은 에너지로 두드리면, 그 녹음의 매크로 다이내믹스는 거의 없습니다. 순간순간은 펄떡이는데 곡 전체로는 평평한 겁니다. 제 밋밋했던 곡들이 대부분 이 상태였습니다. 트랙마다 컴프레서는 걸려 있고, 순간의 펀치도 있는데, 벌스와 코러스가 같은 크기로 흘러갑니다.
이 상태에서 컴프레서를 더 만지면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컴프레서는 튀는 피크를 눌러 기복을 좁히는 도구라, 곡 전체의 크고 작음을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규모가 다른 문제에 규모가 다른 도구를 대고 있었던 셈입니다.
왜 순서가 오토메이션 먼저인가 — 들리는 도구부터
순서를 오토메이션 먼저로 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워럴은 디스토션과 컴프레션을 나란히 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디스토션은 알아듣기 쉽지만, 컴프레션은 잠재의식 수준이라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알아채지 못한다고요. 청자는 드럼이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다는 것만 알지, 왜 그런지 모릅니다.
그는 컴프레션을 의식적으로 듣는 법을 배우는 게 현대 믹싱 학습의 큰 부분이라고 덧붙입니다. 잘 안 들리는 도구는 그만큼 배우기도 어렵다는 뜻입니다. 컴프레서의 어택과 릴리스를 돌리면서도 뭐가 달라졌는지 확신을 못 하는 기간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반면 볼륨 오토메이션은 한 일이 그대로 들립니다. 코러스에서 보컬을 1dB 올리면 보컬이 커집니다. 결과를 귀로 즉시 확인할 수 있으니 판단이 틀렸을 때 되돌리기도 쉽습니다. 안 들리는 도구와 씨름하기 전에, 들리는 도구로 얻을 수 있는 것부터 다 얻는 게 순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을 그리는가 — 교정과 연출
워럴은 볼륨 오토메이션을 쓰는 이유를 크게 둘로 정리합니다. 제 세션의 순서도 이 둘을 따릅니다. 도구만 하나 다릅니다.
첫째, 교정. 연주의 과한 기복을 고르게 만드는 일입니다. 대표가 보컬입니다. 단어 하나가 유독 튀거나 문장 끝이 사라지는 건 컴프레서를 세게 걸어도 깔끔하게 안 잡힙니다. 저는 튀는 단어만 오디오 클립 자체에 붙은 볼륨값인 클립 게인(clip gain)으로 1~2dB쯤 내리고, 사라지는 끝만 올립니다. 페이더를 안 쓰는 이유는 순서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DAW에서 신호는 기본적으로 컴프레서 같은 인서트 플러그인을 다 지난 뒤에야 페이더를 만납니다. 그래서 페이더를 그려도 컴프레서가 무는 양은 안 변합니다. 컴프레서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고르게 만들려면 클립 게인이어야 합니다.
둘째, 연출. 파트마다 밸런스를 다시 잡는 일입니다. 이쪽은 페이더 오토메이션의 몫입니다. 페이더를 곡의 흐름을 따라 타듯 움직인다고 해서 라이드(ride)라고도 부릅니다. 컴프레서 뒤에서 움직이니 애써 잡은 컴프레서 세팅을 흔들지 않습니다. 워럴의 표현을 빌리면, 곡의 어디가 중요한지 팻말만 세워 두는 대신 청자에게 가이드 투어(guided tour)를 시켜 주는 겁니다. 그가 드는 예가 실용적입니다. 어떤 파트가 처음 등장할 때는 살짝 키워서 귀에 확실히 자리 잡게 하고, 나중에 다른 파트가 주인공이 될 때는 한 발 물립니다. 그는 여기에 단서도 하나 답니다. 좋은 편곡은 이 문제 대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먼저 해결하고, 오토메이션은 그 좋은 편곡을 보강할 때 힘을 낸다고요. 저는 이걸 곡 단위로 셋만 정해서 시작합니다. 이 곡에서 가장 커야 하는 순간 하나, 가장 작아야 하는 순간 하나, 처음 등장해서 소개가 필요한 파트 하나. 세 자리에 곡선을 그리고 나면 나머지는 들으면서 채우게 됩니다.
정해진 수치는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연출 라이드는 생각보다 작은 값으로 충분합니다. 0.5~1.5dB면 청자는 이유를 모른 채 그 파트에 귀를 옮깁니다. 3dB를 넘게 올리고 싶다면 오토메이션보다 편곡을 의심할 차례입니다. 그 파트가 커야만 들리는 이유가, 겹친 트랙들이 같은 대역에서 서로를 가리고 있어서일 때가 많으니까요.
컴프레서는 그다음입니다
컴프레서의 자리는 그대로 있습니다. 남은 건 순서입니다. 파트 단위의 크고 작음이 그려져 있어야, 소리 하나하나의 기복을 얼마나 좁힐지도 정확히 들립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아도 손해는 적습니다. 연출 라이드는 상대적인 곡선이라, 나중에 컴프레서를 걸어 레벨이 변해도 대체로 살아남습니다. 벌스보다 코러스가 커야 한다는 판단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밸런스가 틀어진 채로 EQ 판단을 내리면 기준부터 흔들리는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매크로가 비어 있는 채로 컴프레서만 조이면, 곡은 그저 더 평평해집니다.
다음에 믹스가 밋밋하게 들리면, 컴프레서의 스레숄드 대신 오토메이션 레인을 먼저 여세요. 벌스와 코러스의 밸런스가 같다면, 거기가 시작점입니다.
여백 — 클래식 악보의 pp와 ff, 크레셴도 표기를 이번에 다시 보게 됐습니다. 작곡가가 종이에 그려 둔 볼륨 오토메이션 레인이었습니다. 몇백 년 전부터 곡에는 그 곡선이 있어야 한다고 다들 알고 있었던 겁니다.
참고 — The 4 Fundamentals of a Good Mix (Dan Worrall, YouTube), Intro to signal flow in Logic Pro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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