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6일 · 읽는 데 약 6분

신스 사운드 메이킹, 프리셋을 내 소리로 바꾸는 세 가지 방법

신스 사운드 메이킹, 프리셋을 내 소리로 바꾸는 세 가지 방법

새 곡에 패드 하나가 필요해서 신스를 열었습니다. Serum 프리셋을 방향키로 넘기기 시작했는데, 다음, 다음, 다음. 좋은 소리는 끝없이 나오는데 “이거다” 싶은 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었고, 곡은 한 마디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날 결국 곡에 들어간 건 지난 곡에서 쓰고 남은 패드였습니다.

한동안 이걸 우유부단함 탓으로 여겼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봅니다. 그 한 시간 동안 저는 음을 한 개도 찍지 않았거든요. 브라우저를 넘기는 건 장을 보는 일입니다. 장바구니가 아무리 차도 요리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프리셋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 쓰는 프리셋 하나에 목소리를 겹치고, 오디오로 다듬고, 움직임을 넣어 내 소리로 바꾸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신스 구조 지식 없이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찰리 푸스가 소리를 만드는 방식

찰리 푸스가 소리 하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은 영상 「Charlie Puth’s 5 Tips For Producing #1 HITS」을 보면, 해설자가 인상적인 지점을 짚습니다. 푸스는 흥미로운 소리를 “찾지” 않고 “만든다”는 것. 소리는 그가 손을 대기 시작한 뒤에야 흥미로워졌다는 겁니다.

영상 속 푸스도 소리를 고르는 데서 시작합니다. 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신스 소리만으로는 절대 안 쓴다, 그 위에 내 것을 얹어야 한다”면서, 고른 신스 위에 자기 목소리를 얹습니다. 대단한 마이크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그것도 음을 하나씩 따로 녹음합니다. 그다음 사운드토이즈의 리틀 알터보이를 EQ 뒤에 걸어(엔지니어한테 배운 순서인데 “이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나한텐 통한다”고 합니다) 포먼트를 바꿉니다. 포먼트는 입과 목의 울림이 목소리에 남기는 여러 주파수 봉우리인데, 이걸 옮기면 음정은 그대로인 채 목소리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푸스가 원하는 건 분명합니다. “내 목소리처럼 안 들렸으면. 애매하게, 그냥 텍스처처럼 느껴졌으면.” 그렇게 남는 소리는 솔로로 들으면 허밍이지만 신스에 섞이면 정체를 집어내기 어렵습니다.

음을 다루는 방식도 같은 방향입니다. 푸스는 미디를 싫어합니다. 신스를 직접 연주해 오디오로 녹음하고, 음 하나하나의 어택(소리가 시작되는 머리)을 다듬고 꼬리에 페이드를 넣습니다. 오디오로 만들어두면 “최종본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맥스 마틴이 해준 조언도 같은 방향입니다. “오디오로 녹음해. 이상하게 들리면 그게 오히려 멋진 아티팩트가 되니까.” 완벽하게 다듬기보다 인간적인 흠집을 일부러 남기는 쪽입니다.

만든 소리는 무엇이 다른가

널리 쓰이는 프리셋은 다른 곡에서도 같은 어택과 배음으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프리셋을 그대로 쓰면 소리 자체로는 구별되기 어렵습니다. 물론 프리셋 그대로도 연주와 편곡으로 곡의 정체성을 만들 수는 있고, 히트곡 중에도 널리 알려진 프리셋을 쓴 곡이 많습니다. 다만 소리 자체로 구별되고 싶다면, 목소리를 겹쳐 포먼트를 튼 패드 쪽이 확실히 유리합니다. 그 재료는 나한테만 있으니까요.

겹을 쌓는 힘에 대해서는 푸스가 같은 인터뷰에서 한 이름을 꺼냅니다. 셀린 디옹 버전 “All By Myself”를 프로듀싱한 데이비드 포스터입니다. 푸스 말로는 그 곡 마지막 코러스에 하나하나 귀로 구별하기 어려운 레이어가 100겹쯤 쌓여 있는데, 하나만 빼도 느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숫자는 푸스의 기억이니 과장이 섞였을 수 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들리지 않는 겹이 두께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제 경험 쪽 얘기입니다. 만든 소리는 곡을 계속 만들게 합니다. 프리셋을 고르는 동안에는 좋은지 아닌지 심사하는 자세가 됩니다. 소리를 직접 주무르기 시작하면 “여기서 뭘 더 하지”로 자세가 바뀝니다. 적어도 저는, 곡이 굴러가기 시작하는 게 언제나 후자 쪽이었습니다.

실험 1 — 패드 위에 허밍 겹치기

지금 쓰던 패드 프리셋은 그대로 둡니다. 그 코드의 가장 낮은 음을 “음—” 하고 허밍으로 한 트랙 녹음합니다. 코드가 바뀌면 따라 움직여도 되고, 한 음을 길게 유지해도 됩니다(어울리는 한 음이면 충분합니다). 휴대폰 녹음을 가져와도 되고, 마이크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녹음했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피치나 포먼트를 조절할 수 있는 플러그인으로 포먼트를 두어 단계 위나 아래로 틀어 목소리 티를 지웁니다. 허밍 트랙에 하이패스 필터로 100~200Hz 아래를 정리해 저역이 패드·베이스와 부딪히지 않게 하고, 볼륨은 패드보다 한참 아래(-12dB쯤)에서 시작해 천천히 올립니다. 목표는 “허밍이 들리는” 지점이 아니라 “빼면 허전한” 지점입니다. 뮤트했을 때만 빈자리가 느껴지는 곳에서 멈추면 됩니다. 트랙이 얇게 느껴지면 새추레이션으로 배음을 살짝 보태도 좋습니다. 새추레이션이 소리를 어떻게 두껍게 만드는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따로 적어둔 글이 있습니다.

실험 2 — 멜로디를 오디오로 바꿔 음마다 손질하기

리드 멜로디 트랙을 복제해서 원본 미디는 보관해 두고, 복제본을 오디오로 바운스합니다. 미디에서도 벨로시티나 노트 길이로 다듬을 수 있지만, 음 하나하나의 머리를 누르고 꼬리에 페이드를 넣으려면 오디오로 바꿔야 손질하기가 좋습니다.

전부 손질할 필요는 없습니다. 곡을 들으면서 귀에 걸리는 음 두세 개만 고릅니다. 어택이 너무 튀는 음은 클립 게인을 내리거나 아주 짧은 페이드인으로 누그러뜨리고, 음과 음 사이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면 이음새에 짧은 페이드를 넣습니다. 손질 전후를 같은 볼륨에서 비교해 보면, 같은 프리셋인데 결이 달라진 게 들립니다.

실험 3 — 소리 안에 움직임 넣기

멈춰 있는 소리는 좋아도 금방 배경이 됩니다. 방법 두 가지를 따로 써보세요.

하나는 필터 오토메이션입니다. 패드에 로우패스 필터를 걸고, 컷오프(필터가 깎기 시작하는 주파수)를 네 마디에 걸쳐 800Hz에서 3kHz쯤으로 천천히 열리게 그립니다. 소리가 점점 밝아지며 다가오는 느낌이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디튠 레이어입니다. 같은 트랙을 복사해 한쪽 피치를 5~10센트(반음의 100분의 5~10)만 올리고 볼륨을 낮춰 섞습니다. 두 소리의 미세한 어긋남이 천천히 출렁이는 맥놀이를 만들어 소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 출렁임이 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불협화음 글 앞부분에서 다뤘습니다. 주의할 게 하나 있는데, 복사한 트랙을 좌우로 벌렸다면 모노로 합쳐서도 꼭 들어보세요. 위상 간섭 때문에 모노에서 소리가 얇아지거나 색이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디튠 폭이나 레이어 볼륨을 줄이면 됩니다.

고르기에서 멈췄는가, 만들기로 넘어갔는가

저는 셋 다 합쳐 30분쯤 걸립니다. 처음이면 더 걸려도 정상입니다. 이 30분을 지나고 나면 원본에는 없던 보컬 배음과 음별 페이드, 네 마디짜리 필터 변화가 곡에 남습니다. 고른 소리가 손댄 소리로 바뀌는 겁니다.

푸스도 프리셋을 씁니다. Sound On Sound 인터뷰에서 프리셋 신스의 대명사인 넥서스를, 그것도 일부러 구식 버전으로 쓴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대 냄새가 나는 그 질감이 좋다면서요. 앞에 내세우는 대신 볼륨을 낮춰 레이어 깊숙이 묻어서 씁니다.

브라우저만 넘긴 지 30분째라면, 지금 있는 소리 아무거나 잡고 허밍부터 한 트랙 얹어보세요. 그때부터 장보기가 요리로 넘어갑니다.


여백 — 언젠가 제 곡을 들은 친구가 “이 소리 뭐야?”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프리셋 이름을 대는 대신,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참을 떠들 수 있었죠. 소리를 직접 만지는 재미의 절반은 아마 거기 있습니다. 남한테 설명할 수 있는 소리가 하나 생겼다는 것.

참고 — Charlie Puth’s 5 Tips For Producing #1 HITS (Studio Deep Dive), Sound On Sound: Charlie P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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